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Zansool’s Pick_ 조커이즈

손님과 바텐더 그리고 고양이, 모두가 함께 만든 조커이즈로 초대합니다

쏘옹

에디터:

2023년 6월 14일 수요일

발행일:

조커가 이곳에 있다, 조커 Is

‘조커’라는 이름으로 10여 년간 바텐터 일을 해온 사장님의 칵테일바 창업 이야기.

혹은 조커가 이곳에 있다, 조커 있으

나도 모르게 피식 웃게 하는 아재개그로 유쾌한 친구네 집에 초대된 이야기.

 

지금부터 시~작!




안녕하세요 사장님! 인터뷰를 시작하기에 앞서, 간단한 소개 부탁드립니다.

안녕하세요. 바텐더 생활은 10년째 이후로 딱히 새고 있지는 않지만, 아무튼 신촌에서는 올해 9년 차로 1인 칵테일바를 운영하고 있는 ‘조커’라는 바텐더입니다.

 


 ‘조커’는 별명처럼 사용하시는 이름인가요?

예 그렇죠. 사실상 지금은 최경일 바텐더로 더 알려져 있기는 한데, 원래는 조커라는 이름을 달고 활동을 했었어요.




바텐더로 일을 하시다가 직접 바를 차리셨군요. 처음부터 ‘조커이즈’라는 이 공간을 구상하며 준비하신 건가요?

아뇨, 점점 이런 모습이 갖춰지게 됐어요. 지금 초창기 때 모습은 많이 안 남은 것 같네요. 그래서 저는 ‘손님들이 만들어가는 바’라고 소개해요. 지금 장식장도 그렇고, 이렇게 보이는 피규어들이나 조명, 게임기 등 대부분 손님들이 선물해 주셨거든요. 디자인도 손님들이 손 봐주신 게 많아서 손님들과 같이 만들어가는 곳이라고 생각해요. 그래서 제 바인데 함부로 좀 못하죠, 하하.




함께 만들었기에 더욱 의미가 클 것 같아요. 그럼 언제부터 이렇게 손님들께 받은 선물들로 가게를 꾸미기 시작하셨나요?

처음부터요. 가게를 처음 오픈했을 때 급하게 준비하느라 아무것도 없었어요. 권리금이랑 이것저것 내고 나니까 통장에 7천 원 밖에 없더라고요. 전에 일했던 가게의 사장님이 남기고 간 잔과 미리 주문한 술이 조금 있었는데, 그것 말고는 식자재도 없어서 거의 아무것도 없이 시작했어요.

바에서 일했을 때 제 단골손님이 가게 차렸다는 소식을 듣고 술 팔아준다고 와서 데킬라를 한 병 시켰는데, 레몬이나 사이다도 없어서 손님이 직접 사 오시고 같이 먹었던 기억이 나요. 손님들이 초반에 좀 많이 도와줬죠. 원래는 피규어나 장식장도 전혀 없었어요.

생각해 보니 이것도 하나의 에피소드네요. 친하게 지내던 다른 가게 사장님이 갖고 계시던 피규어들을 처분하려다가 저한테 전부 주셨어요. 그렇게 얻어온 피규어들을 조금 구석에 진열시켰더니 그걸 보고 어떤 손님이 “피규어 좋아하세요?”라고 물었죠. 그러면 누가 싫어한다고 하겠어요? 좋아한다고 했더니 이 진열장들을 선물로 보내준 거예요. 저희 가게 위층에 있는 부추곱창 사장님도 그걸 보시더니 “진열장 필요하신 가봐요”하면서 또 주시고.. 그렇게 된 거죠.




진짜 모두가 함께 만든 공간이네요. 특히 기억에 남는 손님이나 에피소드가 더 있나요? 너무 재미있어요!

저랑 같이 게임을 자주 하던 손님이 있었는데, 그 친구가 캐나다에 살아요. 캐나다에 있다가 결혼하게 됐어요. 국내에 들어와서 이제 양가 부모님을 뵈어야 하는 상황인데 저희 가게를 제일 먼저 찾아왔어요. “형 저 결혼해요” 이러면서 인사를 하더라고요. 제가 부모님은 잘 뵙고 왔냐고 물어보니까 “아 여기 있다가 가봐야죠”하는 거예요. 아마 저희 가게에서 만나서 결혼을 하게 된 케이스일 거예요, 기억이 조금 가물가물하기는 하지만.



하하, 부모님을 뵈러 가기도 시급할 텐데 사장님께 소식을 꼭 전하고 싶었나 봐요. 그렇다면 조커이즈에 처음 와보는 손님들을 위해 방문 꿀팁이 있을까요?

가게에는 늘 자리가 있으니까 언제 와도 좋아요. 다만 제가 평소에도 지금처럼 좀 편하게 말하는 편이에요. 그래서 처음 오시는 분들은 제 말투에 조금 불편해하시거나 겁내시는 경우가 간혹 있는데, 그거에 대해 오해가 없었으면 하는 바람이에요.

오히려 그만큼 여기가 편한 곳이라고 생각해 주시면 좋겠어요. 어떤 분들은 오자마자 막 누워 계시고 그러세요. 그런 거 가지고 뭐라고 하거나 ‘이렇게 해야 돼요’하는 규칙이 없는 가게라서 그냥 정말 편한 곳이에요. 친구 집에 놀러 오듯, 초대하는 곳이잖아요. 원래 모든 가게는 그렇다고 생각해요. 초대하는 곳이고, 오시는 분들은 초대된 게스트라고요.




‘초대하는 곳’이라는 말이 너무 좋은 것 같아요. 조커이즈에 놀러 오면, 사장님 말고도 특별한 분(?)이 또 계시잖아요. 와칸다의 이야기도 너무 궁금해요!

와칸다는 제가 2018년 추석에 가게로 돌아오는 길에 처음 발견했어요. 그때 저녁이라 저희 가게 빼고 골목에 불이 다 꺼져 있었고, 오면서 보셨겠지만 언덕길이라 아래에서 위를 보면 다 까맣게 보이거든요. 그때 검은 봉지 같은 게 흔들렸는데, 왠지 봉지가 아닌 것 같다는 느낌에 무서워서 가까이 가봤더니 작은 고양이였어요. 그때는 눈도 다 붙어 있었고 얼굴 앞면이 많이 다쳐 있었어요. 이대로 두면 차에 치일 것 같아서 고무장갑 끼고 구조를 하게 됐죠.




와, 운명적인 만남이었네요. 이름은 왜 ‘와칸다’예요?

구조해서 동물병원에 가보니까 저한테 이 친구를 입양할 거냐고 물었어요. 입양하지 않으면 진료도 받을 수 없다고 하더라고요. 어차피 그럴 생각으로 병원에 온 거니까 키우겠다고 대답했더니, 당장 이름을 지어야 된다는 거예요. 그래서 급하게 짓다 보니 마블 영화 본 따서 와칸다로 정했어요. 조금 더 차분히 지었다면 추석이라고 했을 텐데, 이제는 너무 오래되기도 했고 손님들도 ‘와칸다’가 익숙해져서 굳이 안 바꿨어요. 친한 손님들이 오면 얘도 이제 잘 아니까 옆에 앉아 있기도 하고 그래요. 잘 있어줘서 너무 고맙죠.

 


저희가 인터뷰하는 동안에도 이렇게 얌전히 구경만 하는 걸 보니 정말 착하고 귀여운 것 같아요.

그럼 인터뷰는 여기까지 하고, 조커이즈에서만 볼 수 있는 사장님만의 시그니처 칵테일들을 얼른 맛보고 싶어요!




 

손님과 바텐더, 그리고 고양이. 세 존재로 완성된 이 공간에서는 칵테일마저도 독특하고 매력적이었다. 여느 칵테일바에서 흔히 찾을 수 있는 칵테일 외에도 새로운 시그니쳐 레시피를 만들기 위한 사장님의 노력이 고스란히 담겨 있었다. ‘음식을 마시게 하고 싶다’는 철학을 가지고 개발하신 칵테일들은 한 모금만 마셔도 어떤 의미로 그렇게 표현하셨는지 단번에 알 수 있었다.

계절 칵테일이 아직 나오지 않아서 아쉬운 타이밍이었지만, 사시사철 주문 가능한 칵테일 중 사장님께서 가장 추천하는 3가지에 대한 소개를 끝으로 이번 글을 마무리해 보려 한다. 조만간 다시 조커이즈로 스스로를 초대할 것 같다. (와칸다, 그땐 츄르 챙겨갈게-)



🍹 조커_ 11000원

사장님의 이름을 건 시그니처 칵테일!

직접 개발한 진 담금주로 진 특유의 깔끔함과 향긋함을 유지하면서 상큼한 맛으로 업그레이드 시킨 느낌이었다. 그리고 끝에 살~짝 톡톡 쏘는 탄산이 그 깔끔함을 멋지게 받쳐주는, 너무나 완벽한 마무리까지! 뭔가 굉장히 고급스러운 레모네이드 같달까?

사장님 Tip: 상큼한 걸 좋아하시거나 식사로 느끼한 걸 드시고 오신 분들께 추천드려요!




🍹 수요미식회_ 11000원

사장님의 애청 프로그램이었던 수요미식회에 출연시키고 싶다고 하셨던 달달한 디저트 칵테일! 추억의 로투스로 추정되는 달짝지근하고 은은한 시나몬 향이 나는 과자로 만든 셰이크 같은 칵테일이었다. 슬러시화 된 과자를 마시는 기분으로 달콤하면서 사브작 사브작 씹히는 과자가 그냥 미쳐버렸다,, 에디터의 개인 원픽☆

사장님 Tip: 식사 후에 디저트로 마무리하는 기분, 혹은 술맛이 싫고 달달한 걸 좋아하시는 분들께 추천드려요!




🍹 오니_ 11000원

사장님과 함께 일했던 바텐더 분에게 받은 레시피를 변형하여 만든 상콤 달콤한 사과 칵테일! 그 바텐더 분의 별명이 ‘오니’였다고 한다. 인공적인 사과 맛이 아니라 실제 사과즙의 상큼한 향과 달달한 풍미가 시나몬 훈연과 너무 오묘하게 잘 어울려서 몽환적인 기분이 들기까지 했다. 

사장님 Tip: 조커이즈에 처음 방문하시는 분들이라면 이렇게 과일 칵테일을 특히 추천드리고 있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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